
영원한 국민 아버지, 평생 어린이 곁을 지킨 고(故) 최불암 후원회장님을 기리며
초록우산 회장 황영기입니다.
김민자 여사님과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얼마나 큰 슬픔과 아픔을 겪고 계실지 감히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오늘 저는 최불암 후원회장님의 사랑 속에서 자라난 수많은 어린이들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모아 마지막 작별 인사를 올립니다.
얼마 전 병상에 계신 후원회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평소 회장님의 뜻과 유가족 여러분의 말씀대로 끝까지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고 말씀드렸고, 회장님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주셨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신뢰와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평생 어린이 곁을 지켜주신 큰 어른께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과 애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월 30일 정부는 후원회장님께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습니다. 온 국민에게 사랑받았던 고인의 삶과 업적에 국가도 마지막 감사와 존경을 전한 것입니다.
국민은 최불암 후원회장님을 영원한 ‘국민 아버지’로 기억할 것입니다. 드라마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 그리고 <한국인의 밥상>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권하던 정겨운 이웃 어른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나 회장님은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연기와 방송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랑을 우리 사회에 다시 나누고, 특히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의 삶을 보듬는 일에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던 회장님은 <전원일기>를 통해 아버지의 역할을 배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은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삶 속에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1981년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방영되자 시청자들은 칭찬과 격려의 전화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작가가 쓴 이야기를 연기했을 뿐인데 마치 좋은 일을 한 것처럼 칭찬받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우셨다고 합니다.
그때 회장님은 생각하셨습니다.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직접 돕겠다고 말입니다.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초록우산과의 소중한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연기를 통해 보여주신 좋은 어른의 모습을 실제 삶으로 실천하신 것입니다.
1985년 전국후원회장을 맡으신 이후 회장님은 더 많은 어른들이 어려운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앞장서셨습니다. 미주와 유럽의 교민들을 직접 찾아가 후원의 마음을 모으셨고,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케냐 등 먼 이국땅의 어린이들에게도 아낌없는 사랑과 관심을 보내셨습니다.
2012년부터는 무려 14년 동안 소년교도소 청소년들에게 연극과 뮤지컬을 가르치며 새로운 삶과 사회 복귀를 응원하셨습니다. 나아가 사단법인 '제로캠프'를 설립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낙인과 처벌이 아니라 공감과 지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임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어린이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다. 어린이들을 또 하나의 나로 보아야 한다.” 회장님께서 남기신 이 말씀은 우리가 어린이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어른으로서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그 따뜻한 목소리와 인자한 미소를 이제 더는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고, 여전히 믿기지 않습니다.
최불암 후원회장님.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보내주신 사랑과 희망, 그리고 우리 사회에 남기신 따뜻한 발자취를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회장님께서 남기신 뜻을 이어 저희 초록우산도 언제나 어린이 곁을 지키며, 모든 어린이가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제 모든 짐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2026년 11월 2일
초록우산 회장 황영기


